공동주택 현관·계단 출입도 집주인 허락 없으면 '주거침입죄'

입력 2024-03-07 12:00   수정 2024-03-07 13:40


집주인의 허락 없이 다세대주택의 공용현관을 드나든 것만으로 주거침입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자택 내부까지 침입하지 않은 경우에도 공용 공간에서 이뤄진 행위로 인해 피해자가 불안감을 느끼는 등 주거 평온이 깨졌다면 '침입'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는 주거침입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2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북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 판단에는 주거침입죄의 '침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A씨는 2021년 6월 12일 밤 전 여자친구인 B씨가 사는 다세대주택에서 집 안에 있는 피해자의 대화 등을 녹음하기 위해 공용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갔다. 같은 해 7월 20일 밤에는 피해자 집 현관문에 '게임은 시작되었다'는 문구가 기재된 마스크를 걸어놓았다. 이틀 뒤에는 피해자 집의 현관문에 피해자의 사진을 올려놓기도 했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의 주거지를 수 차례 침입했다고 보고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해 재판에 넘겼다.

다만 A씨는 다세대주택의 공동현관 등 공용공간을 드나들었을 뿐 피해자의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 등의 별다른 행동을 하진 않았다. 이에 재판에선 다세대주택의 공용 공간에서 이뤄진 A씨의 행위가 주거의 평온상태를 해치는 '침입'으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1심 재판부는 주거침입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지만, 2심에서 무죄로 판결이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해자의 거주지가 있는 빌라 건물 공동현관에 도어락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경비원도 없었다"며 "공동현관과 연결된 주차장 천장에 CCTV가 설치되어 있으나 작동되지 않는 등 외형적으로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이 사건 건물 공동현관이 항상 열려 있어 그냥 들어갔다고 진술했고, 피고인이 당시 피해자의 현관문을 열려고 하는 등 별다른 행동하지 않았고 피해자도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상고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거주하는 다세대주택 공동현관, 공용 계단, 현관문 앞부분은 각 세대 전용 부분에 필수적으로 부속하는 공간으로 사생활 및 주거 평온 보호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큰 곳이므로 외부인 출입이 일반적으로 허용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CCTV가 작동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외부에 'CCTV 작동 중' '외부 차량 주차금지'라는 문구는 이 사건 건물 일체에 대한 외부인의 무단출입을 통제, 관리한다는 취지로 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피해자의 사적 대화 등을 몰래 녹음하거나 현관문에 피해자에게 불안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문구가 기재된 마스크를 걸어놓거나 다른 남자와 찍은 사진을 올려놓으려는 의도로 야간에 피해자의 현관문 앞까지 들어갔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의 출입을 승낙한 사실이 없고, 출입 사실을 알게 된 후 곧바로 경찰에 신고하고 피고인의 행위로 공포감을 느꼈다고 일관되게 진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법원은 "이런 사실과 무단출입에 관한 사회 통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피고인은 피해자 주거의 사실상 평온상태를 해치는 행위로 이 사건 건물에 출입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며 사건을 하급심으로 돌려보냈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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